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가을 달빛은 그 밝음을 드날리고(秋月揚明輝)(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5. 9.24)
원문 :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0047
가을 달빛은 그 밝음을 드날리고(秋月揚明輝)
/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올해는 어느 해보다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들어 있다. 때문에 연이은 휴일을 이용, 해외여행 등 장기간 여행을 떠나려는 가족들의 때 이른 성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주 금요일부터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직장에 따라 많으면 10월 12일까지 열흘간 휴일이 주어지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정론(政論)은 접어두고, 주지하고 있지만 추석 명절에 관한 이야기를 10여 일 앞당겨 해본다.
- 왕이 6부를 정한 다음 한가운데를 갈라 둘로 나누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기 부내의 여자를 거느리고 끼리끼리 편을 지어 7월 16일(음력)부터 날마다 일찌감치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고 한밤중에 파하되 8월 15일이 되면 그 성적의 다소를 고사(考査)하여 진 편이 주식(酒食)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도록 했다. 그날 밤에는 노래·춤 온갖 놀이가 벌어진다. 그것을 가배(嘉俳)라 일렀다. 그 때 진 편에서 한 여자가 나와 춤추고 탄식하며 회소 회소(會蘇 會蘇)라고 하는데 그 소리가 애절하고 청아했다. 뒷 사람이 그 소리로 인하여 노래를 짓고 이름을 회소곡(會蘇曲)이라고 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나오는 2천년 전 신라시대 추석 풍속 모습이다. 당시 사람들은 음력 7월 기망(旣望)부터 명절놀이에 들어 가 8월 보름까지 이어졌다 하니 축제 기간이 한달 동안이나 진행된 셈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는 다음과 같이 추석을 설명하고 있다. - 8월 15일을 우리나라 풍속에서 추석 또는 가배라고 한다. 신라 풍속에서 비롯됐다. 시골 농촌에서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삼는다. 새 곡식이 이미 익고 추수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날 사람들은 닭고기와 막걸리 등으로 모든 이웃들과 실컷 먹고 취하여 즐긴다.
또한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도, - 만물이 다 성숙하는 중추(中秋)는 가절(佳節)이라 일컬어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벽촌의 가난한 집안에서라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 놓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더도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고 했다.
지난 여름은 장기간 지속된 폭염 더위로 인해 한 시인의 말처럼 ‘위대한 여름’이 아니라 ‘잔인한 여름’이었다. 그래도 계절은 자연의 순환법칙에 따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들어섰다.
예부터 가을을 노래한 시가(詩歌)는 많다. 추석 명절을 운운(云云)하면서 중추절(仲秋節)에 대해 읊은 시문(詩文) 한두 편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팔월령에 세시풍속(歲時風俗)을 그림으로 그린듯 잘 나타나 있다. - 8월이라 중추(中秋)되니, 백로(白鷺) 추분(秋分) 절기로다. 북두성(北斗星) 자로 돌아 서천(西天)을 가리키니 신선한 조석(朝夕) 기운 추의(秋意)가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 사이에 들리운다.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은 성실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共生)하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들어 고개숙여 서풍(西風)에 익는 빛은 황운(黃雲)같이 일어난다.-
중추절을 읊은 시문 가운에 소식(蘇軾)의 ‘양관곡(陽關曲)’을 빼 놓을 수 없다. - 저녘 구름 모두 걷히니 맑고 차가운 기운 넘치고, 은하수 소리 없이 옥쟁반에 옥을 굴리네. 우리 인생 이런 밤 즐거움 지속되지 않으리니, 밝은 달 내년에는 어디에서 다시 볼꺼나(暮雲收盡溢淸寒(모운수진일청한), 銀漢無聲轉玉盤(은한무성전옥반). 此生此夜不長好(차생차야부장호) 明月明年何處看(명월명년하처간).
추월(秋月)은 양명휘(揚明輝)라 했다. 그렇다, 가을 달빛은 유독 그 밝음을 드날린다. 한반도 상공에 드리운 검은 먹구름 물러가고, 맑고 밝은 추석 보름달 둥두렷이 떠오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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