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5. 9.10)
원문 :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8416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철부지급(轍鮒之急)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2천300여 년 전 중국의 철학자 장주(莊周)가 한 말 중에 나온다. 수레바퀴 자국에 자작자작 조금 고인 물에 갇힌 붕어의 처지를 의미한다. 고작 수레가 지나간 바퀴 자국에 남아 있는 물이다 보니 곧 말라 버릴 지경이다. 물에서 사는 붕어에게는 이보다 더 절박한 처지는 없을 것이다. 매우 위급한 처지에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장주는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감하후(監河侯)에게로 곡식을 빌리러 갔다. 감하후가 말하기를 “좋다. 내가 장차 봉읍(封邑)으로부터 세금을 받으려 하는데, 그것을 받게 되면 삼백 금을 꾸어 주어도 되겠는가?”라고 했다. 이에 장주는 화를 내며 안색을 고치고 “내가 어제 이리로 올 때 도중에서 누가 부르는 자가 있어 돌아다 보니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 속에 한 마리의 붕어가 있었습니다. 내가 그놈을 보고 묻기를 ‘붕어야, 너는 왜 그러고 있니?’ 하자 그 붕어가 말하기를 ‘저는 동해의 파신(波臣)입니다. 당신은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저를 살릴 수 있겠습니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다. 나는 바야흐로 남쪽으로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땅을 가서 만나는 서강(西江)의 물을 터 놓아 너를 맞이해 가려 하는데, 그래도 좋겠는가?’라고 하자 그 붕어는 화를 내고 안색을 고치며 말하기를 ‘저는 지금 제게 있어야 할 물을 잃어 있을 곳이 없습니다. 저는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만 있으면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서 빨리 건어물(乾魚物) 가게로 가셔서 저를 찾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한 토막의 우화(寓話)지만 맞는 말이다. 그렇다. 먼데 물로는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 지금 동해안에 위치한 강릉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주민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우리 국토는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때문에 강릉이 식수마저 고갈된 상태에 있는 지역임에도 지형 높은 동쪽 고개를 넘어가야 하기에 급수 지원이 용이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자연의 원리를 깨뜨린 우리다. 온정의 강물은 지형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동편의 강릉으로 흐르고 있다.
인천의 수돗물 이름은 ‘인천 하늘수’다. 서강(인천)의 하늘물이 고봉준령 태백산맥을 넘어 동강(강릉)으로 날아갔다는 소식이다. 물 이름값을 제대로 한 것이다. 인천을 비롯한 여타 지자체들도 앞다퉈 급수 지원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갈돼 가는 강릉의 식수원 오봉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강릉에 지원되는 물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사방천지 방방곡곡에서 모아진 온정의 강물이 강릉으로 넘쳐흐르도록 해야 하겠다.
연일 보도되는 강릉 가뭄 현장이다. 인접한 영호남과 충청지역에는 비 소식이 들리지만 동해안은 어제도 오늘도 청천하늘에 가뭄만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기우제(祈雨祭)까지 지내가며 비를 빌어도 봤다. 야속하게도 대답 없는 강릉의 하늘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하늘만 쳐다보며 원망할 수는 없다. 매사 때가 있다. 다 타 들어간 나무에 물을 주면 물만 낭비하는 격이다. 실기하면 끝이다.
우리에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초미지급(焦眉之急) 상황에 놓인 강릉지역에 대한 물 지원이 그것이다.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우리는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의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이라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다. 이웃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서로 돕는 마음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 극심한 가뭄이 든 강릉지역 재난 극복에 함께 나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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