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 해도 우리는 열심히 뛰었다. 안으로는 지난 4월 고속철도가 개통돼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됐고, 동해안의 남북 도로가 이어 남북 관계에 새로운 동맥이 뻥 뚫렸다. 한여름에는 올림픽 열기로 더위를 잊은 채 울고 웃었고, 10월에는 수출사 40년 만에 2,000억 달러를 달성해 연말 2,500억 달러 수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세계시장에서는 한국 브랜드뿐 아니라 대중문화의 선전도 눈부셨다. 우리 스스로도 과소평가했던 한류열풍이 동남아·중국을 거쳐 일본열도를 강타해 아시아인들을 울리고 웃겼다. 인류에게 새 희망을 안겨준 과학적 발견도 있었다. 지난 2월 황우석 교수는 인간배아 복제실험을 성공해 인류에게 새 희망을 안겨주었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올 한 해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현장 사람들을 '코리아플러스'가 만나 보았다. |
‘바이오 코리아’로‘바이(buy) 코리아’를 복제한다
생약성분 비만조절 물질, 눈 흰 반점 치료기술, 조류독감 진단키트, 탄소나노튜브 상온합성기술, 초정밀회로 내 온도 차이를 극복한 신소재, 닭과 오골계의 생식세포를 한 몸에 지닌 ‘생식선 키메라’…, 올 한 해 국내 연구팀이 ‘세계 첫 개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세상에 내놓은 과학 성과물 가운데 일부다. 이들 연구성과가 모두 값진 것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연 백미를 꼽으라면 2004년 2월 전 세계를 흥분시킨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胚芽) 복제실험을 빼놓을 수 없다.
황 교수는 사람의 세포와 난자를 복제한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난치병 치료의 관건이 되는 줄기세포 배양은 그동안 동물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방법이 사용돼 왔다.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저 피터슨 교수는 18세기 산업혁명에 빗대 “이제 21세기는 한국이 생명공학의 싹을 틔워 인류 행복의 새 장이 열리게 됐다”며 황 교수의 업적을 평가했다.
전 세계의 주요 언론이 한국발 소식으로 이 뉴스를 다뤘고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황 교수를 선정했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묵묵히 연구에 몰두해온 황 교수의 지난 10여 년 세월이 있었다.
“우리 연구팀 모두 지난 10년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어요. 3년째 휴일과 명절도 반납했죠. 젊은 연구원들은 1주일이 ‘월 화 수 목 금 금 금’으로 짜여 있다고 농담할 정도였으니까요.”
2억 명 당뇨병 환자에 서광
황 교수는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진 40명을 비롯해 전국 13개 대학 184명의 분야별 연구진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국내 최초 시험관 송아지(1993년), 슈퍼젖소(1996년), 복제젖소와 복제한우(1999년) 실험에 성공했고 2003년에는 세계 최초로 광우병 내성을 가진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를 생산했다.
그 가운데 무균돼지 복제연구는 실용화 단계에 근접했다. 황 교수는 “몇 가지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3~5년 안에 1형 당뇨환자(인슐린 의존성 환자)에게 무균돼지의 췌장세포 이식실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시장규모가 300조 원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2억 명의 당뇨병 환자들이 황 교수의 치료법에 따라 근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황 교수가 주도하는 ‘바이오(bio) 코리아’를 전폭 지원해 ‘바이(buy) 코리아’로 연결할 생각이다. 내년 한 해 140억 원을 들여 서울대 수의대 연구동에 황우석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비 125억 원을 지원해 무균 미니 복제돼지(30억 원)와 복제소(30억 원), 줄기세포(15억 원) 연구를 독려한다.
“사이언스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반드시 조국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미국 기업의 스카웃 제의를 뿌리친 황 교수의 말이다.
(자료:코리아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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