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법이 행해지지 않음은 위에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法之不行 自上征之)(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5. 4.23)
법이 행해지지 않음은 위에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法之不行 自上征之)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主筆)
오는 25일은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법의 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법조계 수장들은 기념식을 열고 으레 그래왔듯 하나같이 "법이 지배하는 정의사회…"를 운운하며 준법정신을 강조할 것이다. 법치가 실종된 사회다. 법도(法道)는 도처에서 무너져 내려 싱크홀(Sinkhole) 투성이다. 축사 내용이 궁금하다. 첫마디를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열어야 할 듯하다.
법은 지켜지지 않으면 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사문화(死文化)된 법에 지나지 않는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라면 아무리 잘 다듬어진 법령을 갖췄다 해도 의미가 없다. 법은 강제력을 지닌 규범이어야 한다. 법은 강제를 통해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은 "강제 없는 법은 타지 않는 불꽃과 같다"고까지 표현했다.
준법(遵法)과 관련한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진(秦)나라 정치가 상앙(商앙)은 효공(孝公)의 절대적 신임 아래 그의 새 법령을 시행했다. 하지만 법령이 너무 까다롭고 처벌 수위가 높아 불만이 많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태자가 법령을 위반했다. 태자는 상앙을 처음부터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백성들의 불만이 너무도 큰 것을 보고 일부러 백성들을 대표해서 직접 반대하고 나선 행동이었다. 상앙은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다 싶었다. 그는 "법이 행해지지 않는 것은 웃사람이 먼저 범하기 때문이다(法之不行 自上征之)"라며 태자를 법으로 다스리려 했다. 그러나 태자는 왕위를 이을 사람이므로 형벌을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태자의 태부(太傅)인 공자건(公子虔)에게 지도를 잘못한 책임을 지워 코를 베어 버리는 의형(의刑)에 처하고, 그의 스승인 공손가(公孫賈)는 이마에 먹물을 새기는 경형(경刑)으로 다스렸다.
이 소문이 한번 퍼지자 다음 날부터 진나라 사람으로 감히 법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새 법령을 10년 동안 실시하자 진나라 백성 중에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사람이 없고, 산에 도적이 없었으며, 집은 넉넉하고 인구도 많아지고 나라를 위한 싸움에도 용감히 나섰다. 나라에서 하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리하여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할 수 있는 힘의 바탕이 상앙의 새 법령에 의해 다져지게 됐다.
수년째 개헌론(改憲論)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낡은 법은 개폐돼야 마땅하다. 「순자(荀子)」에 "다스리는 사람은 있지만, 다스리는 법은 없다(有治人 無治法)"는 말이 나온다. 국가를 잘 다스리고 못 다스리는 것은 법보다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라는 의미다.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용어 중 하나가 법치의 강조다.
법조인과 정치인이 솔선수범, 법을 잘 지켜야 함은 당연한다 하겠다. 하지만 "법 밑에 법 모른다"고 했던가. 법이 가장 잘 지켜져야 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도리어 위법하는 수가 많다는 말이다.
근자 들어 우리 사회는 속칭 ‘판검사 압박법’과 ‘떼법’만이 통하는 사회가 아닌가 한다. 이들 법은 입법기관인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는 법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은 이제 먼 나라 민주주의 원칙이거나, 아니면 정치학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법을 악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 법비(法匪)들의 세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법정에서 법관이 두드리는 법봉에 정의(正義)가 담겨야 진정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구현이다. 이는 법복의 무게를 아는 판관의 손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같은 법을 놓고 해석은 제각각이다. 잣대는 자신의 이익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쪽의 법 해석은 서로가 잘못된 것이라 한다. 설사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 해도 자신의 이익이 우선시 되고 있다. 갈수록 무색해지는 법의 날이다. 또다시 돌아온 법의 날을 맞아 "우리는 과연 법치국가인가?" 자문(自問)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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