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시범학교 인터뷰 이덕호 인천논현고등학교장
국내 최대 북한이탈주민 거주단지인 인천 남동구에 위치해 있는 인천논현고등학교는 올 1월 인천광역시교육청 통일교육시범학교로 선정돼 3월1일부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이덕호 인천논현고 교장은 “학생들에게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탈북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범학교를 운영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교장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특히 우리 학교는 탈북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남한학생들이 서로 잘 어울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학교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덕호 교장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통일신문 | | -통일교육시범학교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우리 학교는 국내 최대 이탈주민 거주단지 옆에 위치하고 있어 이탈주민들과 자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며, 특히 학교에도 탈북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통일교육시범학교를 신청하게 됐다. 또한 민주평통 1기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어 누구보다도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계기가 돼 시범학교를 운영하게 되었으며, 학생들에게 통일교육 방안과 통일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교육시키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교육을 하고 있나.
두 가지의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교육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통일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통일의식 함양을 비롯해 학습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일 관련 강연회, 토론대회, 논술대회, 말하기 대회 등과 같은 학습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두 번째는 딱딱한 통일교육이 아니라 감성적인 통일교육이다. 통일염원 초청음악회, 합창대회, 통일염원 붓글씨 퍼포먼스, 통일염원 한반도 지도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가슴속에서 통일의지를 키우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머리와 가슴을 통한 통일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시준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입시와 관련 있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 큰 호응을 얻었다. 토론대회, 논술대회 등과 같은 행사에 통일교육 요소를 투입해 통일교육 실시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활동사항을 학생생활기록부에 철저하게 기록해줌으로써 대입 스펙자료로도 활용되도록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1학기보다 2학기에 참여율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현장체험학습은 어떻게 실시하고 있나.
현장체험학습은 보통 3단계 과정을 밟아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먼저 사전교로서 관련 자료를 미리 나눠 주거나 IPTV 시청교육을 실시한 후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온 뒤에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이 지난 9월3일 분단현장 체험학습으로 간부학생과 통일동아리학생을 인솔해 도라산전망대를 다녀왔다. 학생들은 “분단현장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게 돼 너무 좋았다. 그러나 DMZ가 외국인들이 제일 선호하는 관광지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돼 씁쓸했다”는 체험보고서의 내용을 봤다. 이런 점이 현장체험학습이 갖는 최대 장점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직접 분단의 현장을 찾아가 그곳의 상황을 직접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방향의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싶다.
-논현고만이 갖는 통일교육의 특징이 있다면.
통일교육은 어쩌면 학생들에게 혼을 불러 넣어주는 것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전체 학생이 함께 하는 행위예술로써 통일퍼포먼스도 좋은 통일교육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통일퍼포먼스는 시간 내기 어려운 학교 상황에서 한 번의 충격요법으로써 학생들에게 ‘통일’을 머리에 새기는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이 운동장에 모여 ‘통일염원 한반도지도 만들기’와 축제 때 ‘통일염원 붓글씨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이런 교육을 하니까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통일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통일교육 관련 자료를 어디서 구해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교육 자료는 통일교육원, 통일신문, 민주평통, 선행연구학교 자료 등을 참조하고 있다. 통일교육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참고하고 있으며, 특히 IPTV 자료를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 자료는 주변에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근처에 있는 민주평통 인천남동지구의 도움을 받아 ‘통일골든벨·퀴즈용 책자’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이런 교육 자료들은 통일교육 시간 외에도 학교 행사나 교실 수업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효과적인 통일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은.
통일교육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학교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 홈페이지와 교내 알림판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에 방송을 통해 활용하고 있다. 통일교육원에서 나눠준 ‘통일송’ 노래를 하루에 한 번씩 꼭 틀어주고 있으며, 학교에서 전달 사항이 있는 날에도 노래를 먼저 튼 후 방송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통일교육 환경을 조성하므로 인해 학생들의 통일의식이 매우 향상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사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수 혹은 교육프로그램은.
통일교육이 제대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통일교육에 대한 전문성 강화가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학교 환경이 입시 위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 현실에 맞는 연수 프로그램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는 원격 연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교육에 비해 통일교육 관련 연수 프로그램이 빈약한 편이다. 앞으로 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고, 우리 학교에서는 직원회의 시간에 통일 관련 자료를 가지고 내가 직접 연수를 하고 있다.
▲ 통일염원 붓글씨 퍼포먼스, 통일염원 한반도 지도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가슴속에서 통일의지를 키워주고 있다. © 통일신문 | |
-통일교육 실시 후 학생들의 반응은 교육전과 변화가 있나.
초기에는 입시준비도 바쁜데 ‘무슨 통일교육이냐’ 라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고등학생의 발달단계와 입시체제에 맞게 통일교육 요소를 가지고 논술대회, 토론대회, 글짓기 대회, 작품 공모전 등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내 행사를 많이 가졌다. 이렇게 입시와 함께 할 수 있는 통일교육을 진행했더니 많은 학생들의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나아가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점점 반응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보람된다.
-시범학교 준비·운영해오면서 겪었던 가장 큰 애로점은.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무관심을 해소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또한 처음의 학교 계획서와는 다르게 중간에 통일교육이 수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예산 집행의 행정적인 절차가 까다로워 적극적인 활동 변경이 어려웠다. 그럴 때 마다 꼭 필요한 업무추진을 할 수 없어 효율적인 학교운영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생겼다. 향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를 믿고 자율적으로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학교에서도 통일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통일교육, 녹색교육, 다문화 교육, 경제교육 등 모두 시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교육들이다. 따라서 보통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통일교육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통일교육에 대한 제도적 지원 즉 지방자치단체나 통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학교 예산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정하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범학교 운영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은.
학교통일교육은 학생들의 발달단계와 학습과정에 적합하게 실시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학생에게는 생활중심의 통일교육이 적합하다.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논리적·추상적 사고가 가능한 시기라는 점에서 통일문제에 대해 종합적·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는 북한사회와 통일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올해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고등학교에서 입시교육 말고 다른 교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각자 담당업무와 입시지도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통일교육을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정말 많다. 하지만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최대한 고등학교의 특색을 살리면서 통일교육을 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시범학교 1년 기간은 매우 짧다고 본다. 더 연장이 가능하다면 고등학교 단계에서 사고력을 자극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운영해 보고 싶다.
-추가하실 말씀은.
기존의 강의식·주입식 통일교육은 학생들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게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그래서 통일교육에서 현장체험학습의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현장체험학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시범학교를 제외하고는 학교현장에 통일 관련 예산이 전혀 없다.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행정·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노력이 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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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혁님의 댓글
존경하는 이덕호교장의 통일관련 교육에 대한 인터뷰...역시 자랑스러운 인고인입니다...이덕호교장과 논현고등학교가 성취하고자 하는 바 모드 이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