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산업 육성으로 미래 먹을거리 확보
세라믹은 IT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
고부가가치 세라믹 개발로 대일 무역적자 해소
불교 가르침 실천하는 삶..조화롭게 살도록 노력
세라믹(ceramic)은 금속과 비금속 원소가 화학적으로 결합해 구성된 무기물 재료로 ‘흙을 뜨거운 불에 구워 만든 물건’을 뜻하는 그리스어 케라모스(keramos)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세라믹은 오늘날 우리 일상 생활과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흔히 요업 또는 요업 제품으로 일컬어지기도 하고 구석기시대부터 사용된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오랜 역사의 재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흔히 세라믹이라고 하면 도자기나 타일, 시멘트,유리 제품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첨단 IT기기, 연료 전지 등을 포함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야에 세라믹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세라믹 소재는 IT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소재의 70%, PDP 부품소재의 85%, 연료전지의 90%, 각종 센서류의 70%가 세라믹 소재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한국 세라믹 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 조직이자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세라믹기술원의 김경회 원장을 서울 가산동 원장실에서 만났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세라믹 부품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 시험.분석.평가, 기술지원,창업지원, 정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가 세라믹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세라믹기술원은 지난해말 현재 박사 74명을 포함한 350여명의 연구인력과 3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연구비를 자랑하며 국내외 특허 출원과 등록이 268건에 이르는 등 세계적인 세라믹 분야 종합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연구소니까 R&D 기능이 있고 세라믹 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기능이 있습니다. 여기에 세라믹 관련 정책을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어떻게 세라믹 산업을 이끌어나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정책지원 기능이 있고 세라믹 소재를 시험하고 분석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김경회 원장은 그러나 세라믹 산업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의 주축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우리 세라믹산업은 크게 주목을 못 받아왔다고 말했다. “휴대폰 부품 등을 만드는 업체 등 세라믹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다품종 소량 생산형 영세업체들이어서 기술력이 약하고 산업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첨단 세라믹 소재 기술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일본에서 주로 첨단 기술을 수입하다 보니 대일본 무역 적자가 크게 늘게 된 것입니다.”
김 원장은 오는 2018년부터는 세라믹소재 세계시장의 24%(약 80조원)를 점유하는 첨단세라믹 강국으로 부상하고, 대일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라믹 산업에는 대기업이 없고 산업 규모도 화학 소재 등 다른 부품소재산업에 비해 적어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첨단 세라믹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R&D 프로그램 마련,관련 전문기업 육성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세라믹 소재 개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세라믹기술원은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을 기업이 상용화시키고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IT와 나노, 바이오 등 첨단산업분야 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능형 생체세라믹 소재기술 등 소재원천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김경회 원장은 세라믹 소재의 연구개발에서 제품화까지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세라믹소재 종합 솔루션 센터에 내년까지 후막, 용융, 박막, 극한환경 등 공정분야별로 생산 라인을 구축해 중소기업들이 와서 원하는 제품들을 시생산할 수 있게 할 겁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내년 이후 경남 진주로 이전하게 된다. 김 원장은 이를 계기로 각 지역센터별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할 생각이다. “진주는 우주항공산업의 중심이어서 세라믹 섬유실용화센터를 구축하고 강릉은 산화물 세라믹, 목포는 비산화물 세라믹, 대구는 나노 세라믹을 실용화하는 센터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울과 이천,강릉,목포,진주,대구를 전체적으로 아울러 세라믹이 전국적으로 균형 발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경회 원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과 대학교수를 지냈고,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해 경영을 해 본 경험도 갖고 있다. 이공계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엔지니어는 기능만 훌륭해서는 안되고 여기에다 인문학적 사고까지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사실 인문학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고 일본에 가서 명상과 선 수행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아이폰의 성공 요인은 스티브 잡스 본인의 철학적 ,인문적인 사고 방식을 제품에다 실현했다는데 있습니다.”
김경회 원장은 독실한 불자로서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 떨어져 삼수를 하던 시절 학원의 국어 선생님이 육조 스님의 오도송(悟道頌)을 써줬는데 마지막 구절인 하처약진애(何處若塵埃)가 마음에 확 와닿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서 티끌이 일어나겠느냐는 뜻으로 당시에는 의미를 잘 몰랐지만 불교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 원장은 대학(한양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뒤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했고 불교를 생활화하는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직 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끌어내려면 상대방과 코드가 맞아야 합니다.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조화롭게 살지 않으면 조직의 장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을 이뤄서 조직의 힘을 키우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프로필]
1956년 인천 출생
1980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대학원 화학공학 석사
1988년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
1990년 공학박사(미국 컬럼비아대)
1992년 서울시립대 강사
199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CFC대체기술센터 선임연구원
1995년 대구대 화학공학과 교수
1997년 대구대 화학공학과 학과장
2001년 EnBc 폴리텍(주) 대표이사
2005년 대구대 식품생명화학부 학부장
2008년 강릉사업진흥원 이사
한국화학관련학회연합회 미래연구위원회 회장
요업기술원 원장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2010년 코리아세라믹신성장포럼 공동의장
전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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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桓成님의 댓글
원장님은 우리 회사서 강연했는데
찬사기 쏟아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