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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천 사랑] 김성훈(인천고 3년·학생회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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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조선일보(12. 6. 4)
인천 아름다움 확인한 '230㎞ 행군'… "수천년 역사와 전통·자연이 공존"
김성훈 인천고 3년·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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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천 사랑] 김성훈(인천고 3년·학생회장)
인천 서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2년 전까지 인천은 그저 내가 살고 있는, 남들에게 말하는 주소에 불과했다. 인천이 살기 좋은 곳인지, 어떠한 문화가 있는지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놀러가던 서구문화회관이 있어 '인천은 좋다'라고 느낀 것이 전부였다.
고1 여름방학 때였다. 틀에 박힌 일상 속에 지쳐 약간 무기력했다. 수시로 사색에 잠겼고, 신선한 무언가를 갈망했다. 그때 '인천 바로알기 종주단'이라는 모집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신청했다. 100여명의 중·고생과 함께 230여㎞ 코스를 1주일간 걸어서 종주했다.
2010년 8월 1일 시청광장에서 출발했다. 송도갯벌타워전망대, 청소년수련관, 광학산, 원적산, 인천인재개발원, 철마산, 계양산, 강화도 고인돌, 민통선, 선사체험학습장, 화도초교, 마니산, 광성보, 인천공항, 삼목부두, 장봉도, 옹암해수욕장, 공항신도시, 구읍배터, 월미도, 자유공원, 옹진군청, 문학산, 문학경기장 등 인천의 곳곳을 돌아봤다.

김성훈(가운데)군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인천 종주를 하고 있다. /김성훈군 제공
가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남동구의 저어새 보존 습지대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망원경 속으로 저어새 어미와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들어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저어새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저어새 보존 구역이 내가 사는 인천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려고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우리 인천은 자연을 위해 보존시설과 생태 환경을 잘 갖추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 어미 저어새가 새끼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며 새든 사람이든 가족이란 참 소중하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느꼈다.
강화도에 있는 광성보도 인상 깊었다. 고난의 역사와 오랜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했다. 서구 열강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조상들의 애국심에 절로 가슴이 찡했다. 그동안 단순히 책이나 자료를 통해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종주한 많은 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의도 국사봉이다. 국사봉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고된 몸에 생기를 돌게 해주는 데 충분했다. 산행 후 옹암해수욕장에서의 하룻밤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과 넓은 평지는 대미를 장식한 장기자랑 무대를 펼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종주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어깨를 껴안고 하나가 됐다.
종주 체험은 신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청소년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그동안 나는 성장하면서 네모나고 각진 모양으로 숨이 막힐 것 같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고층 건물들과 경적을 제멋대로 울리며 질주하는 자동차가 넘쳐나는 전형적인 도시 형태가 못마땅했다. 자연과의 공존을 찾아보려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랬던 내게 인천 바로알기 종주는 닫혀 있던 인천에 대한 마음을 열어 준 작은 두드림이었다. 마음을 열고 보니 인천이 한결 달라 보였고, 무심코 보지 못했던 소소한 아름다움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천에 대한 자긍심도 생겨 누가 "인천의 좋은 점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인천은 복잡하지만 체계화되어 있고 수천년 역사와 전통이 깃들어 있으며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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