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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병종(60·서울대 동양화과)(71회) 교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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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조선일보(13. 7. 6)
木手列傳… "책상물림들이 만든 목가구 구경하세요"
[경기도 화성에 '목공학교' 연 화가 김병종·문화평론가 홍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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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사·기업인 등 학생 10명도 안 되지만 巨樹가 주는 큰 지혜 얻는 중
책갈피부터 화장대까지… 수익금은 다문화 가정에 기부
"이거야 원, 번호표를 타서 말을 해야 하니…(웃음)."
화가 김병종(60·서울대 동양화과) 교수가 혀를 찼다. 홍사종(58)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를 흘겨보면서다. 두 살 차이지만 '절친'이자 '입심' 세기로 유명한 두 사람은, 오는 10~12일 열리는 '명사들의 주말목수열전'에 대해 앞다퉈 화려한 언변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운동보다 노동이 한 수 위라는 걸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겁니다." "어린 시절 러닝셔츠 바람에 귀에다 연필 꽂고 막줄 퉁겨가며 대패질하던 목수의 모습, 그립지 않습니까? 구슬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느껴보세요."
“저희 목수 됐어요.”10일부터‘목수열전’이 열릴 서울 인사동 상상갤러리에서 의사 윤대웅씨의 차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김병종 교수(오른쪽)와 홍사종 대표. 김 교수는 의자를, 홍 대표는 화장대를 만들었다. /이덕훈 기자 문화계 마당발인 두 사람이 경기도 화성에 '목공학교'를 연 것은 지난 1월. 김병종 교수가 가지고 있던 금강송 고재(古材)를 아마추어 목수인 홍사종 대표에게 기증하면서다. 이불장까지 짜는 수준의 홍 대표는 아예 '학교'를 열자고 했다. 국회의원, 의사, 벤처사업가, 기업인 등 10여명이 소문을 듣고 신청했다. 교장에 김병종 교수가 추대됐다. "일종의 매관매직이죠. 나무를 주고 교장직을 얻었으니, 하하!"
매주 일요일마다 홍 대표가 할아버지 대(代)부터 살아온 한옥 '옥란재'에 모여 나무를 켰다. 홍 대표는 "다들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땀 흘려 육체노동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스마트폰이 해결해주는 세상이니 처음엔 노동이 고역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극 바다표범이 얼음에 구멍을 내고 산소를 빨아들이는 심정으로 나무 앞에 고개 숙인 채 노동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더군요."
김병종 교수는 "거수(巨樹)가 주는 맑고 큰 지혜를 얻는 중"이라고 했다. "예수가 목수의 아들이자 자신이 목수인 것,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도를 깨친 것,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친 것들이 우연이 아니지요."
'주말목수열전'은 차탁, 소반, 책장 등 반년 동안 아마추어 목수들이 만든 목가구들을 자랑하는 자리다. 나뭇조각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만든 역작들이다. 홍 대표는 "세련되게 잘 만들었다기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했다는 데 뜻을 두었다"고 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상과 경기도 과천 송와미술관에서 전시·판매되는 작품들의 수익금은 농어촌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왜 다문화 가정이냐?"는 질문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손가락 그림학교'를 열고 있는 김병종 교수가 답했다. "베트남 다녀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젊은 여인이 앉았어요. 기내식이 나오는 걸 모르는지, 탑승하자마자 어머니가 싸준 듯한 도시락을 꺼내 먹더군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릴 때 고향에서 서울 올 때 기차간에 넣어주셨던 어머니의 도시락이 떠오르더군요. 그 지점에서 대한민국이 그리 멀리 온 것 같지 않은데, 우리가 그들을 품고 갈 수 있는 도량과 철학이 있는 것인지 살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 김윤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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