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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14]함세덕(32회) '해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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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경인일보(14. 4.17)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14]함세덕 '해연'
팔미도 등대 아래 '금지된 사랑'… 서정적 리얼리즘 개척하다

신춘문예 당선작… 통속극과 차별화
절제미와 낭만성 돋보이는 가작 평가
인천 출신중에 문학사 비중있는 인물
동승으로 유명 한국 연극 기반마련도
인천상업학교 시절이 '극작가 밑거름'
1941년 유치진이 세운 현대극장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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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영화로 개봉돼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고, 세계 30여개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우리는 이 함세덕의 서정극 중 '해연(海燕)'을 놓칠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팔미도를 배경으로 한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194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해연'은 당대 희곡의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다.
스물여섯 함세덕은 신춘문예 당선 소감에서 "순수한 극작가가 없고 소설가의 여기(餘技)로써 희곡이 존재"했다며 선배들을 비판하는 패기를 보이기도 했다. '해연'은 멜로드라마로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당시 인기를 끌었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와 같은 통속극과 차별화를 꾀했다.
'동승'에서 선보인 함세덕 특유의 '낭만성'과 '서정성'은 '해연'에서 절정을 이룬다. 희곡 연구자 윤진현 박사는 '해연'을 일컬어 "절제미와 낭만성이 돋보이는 가작(佳作)"이라고 단언했다.
함세덕 입장에서 '해연'은 중앙문단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희곡 '낙화암', '닭과 아이들', '오월의 아침', '서글픈 재능', '심원의 삽화', '무의도 기행' 등을 줄줄이 발표했다. 또 당대 연극계의 중심 인물로 한국 연극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유치진(柳致眞)을 비롯해 문화계의 여러 인사들과 교류했다.
함세덕은 인천 출신 작가 중 문학사(史)에 비중있게 기록된 인물 중 하나다. 연구자들은 함세덕을 '서정적 리얼리즘 개척', '희곡의 언어부문에서 한국 희곡사의 발전적 토대 마련', '형식뿐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 신파극적 요소를 탈피해 한국 희곡의 근대성을 획득'한 작가로 평가한다. 이 모든 요소가 '해연'에 담겨 있다.
▲▲▲ 인천상업을 졸업하고 서울 일한서방에 근무하던 시절 함세덕. 사진 제일 왼쪽.
▲▲ 함세덕(오른쪽 두번째)이 인천상업 5학년 재학 중인 1933년 금강산을 친구들과 놀러가 찍은 사진.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동승을 창작했다.
▲ 사진 앞줄 오른쪽이 어린 시절 함세덕이다. 사진 왼쪽부터 부친 함근욱, 조부 함선지, 숙부다.
# 동복(同腹) 남매의 사랑과 팔미도
작품 배경은 암초로 둘러싸인, 하얀 등대가 있는 서해의 작은 섬 팔미도. 극중 대사에 '일본 사람 무전 기수가 지난 봄 전장에 나갔다'는 것으로 미뤄보면 때는 중일전쟁(1937년 발발) 기간으로 추정된다. 겨울이 접어드는 10월, 고요하고 적적한 분위기가 섬과 바다에 가득하다.
극중 배경 묘사 중 '암초에 둘러싸인 섬', '섬 기슭의 깎아지른 절벽', '하얀 등대'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지난 11일 찾은 팔미도는 함세덕이 74년 전에 그려낸 그 모습 그대로 손님을 맞았다.
'해연'의 등장인물은 등대지기와 그의 딸 진숙. 제물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안의사(안진건)와 그의 아들 세진, 등대 잡부 윤첨지, 사공 등이다.
세진은 '몸이 약해 학괄 쉬구 절루 해변으루 요양만 댕기'는 인물이다. '떼무리(소무의도)서 천막 치구 밥해 먹는 학생'으로 '가끔 나루를 건너와선 소라 고동을 잡기두 하구, 등댈 사생하기두' 하면서 자기보다 한 살 연상의 열아홉 진숙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진숙은 인천 고등 여학교를 다니다 3학년 때 '홀아버질 돌봐디려야겠다'며 그만두고 팔미도에서 등대일을 돕는 '근대적 세련과 분방한 야성이 회합된' 여성이다.
고요한 섬에 증기선 기적 소리가 들려오고, 뎀마(傳馬船)를 타고 안의사가 팔미도에 들어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 해연은 극단 님비곰비가 1992년 4월 창단 공연으로 초연했다. 왼쪽부터 윤첨지, 등대지기, 진숙.
안의사 : (명함을 내며) 바쁘신데 이렇게 찾아와서 … 안진건이라구 합니다. / 등대지기 : (돌연 얼굴에 안개가 서리며) 그럼 해안정에 있는 안의과 ….
안의사는 20년 전 등대지기의 아내를 꾀어낸 사람이다.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등대지기는 복막염 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내 병원비를 공금으로 냈다가 횡령죄로 2년간 옥살이를 했다. 출옥하니 아내는 핏덩이(진숙)를 버리고 '딴 사내를 얻어' 나갔다.
그 사내가 해안정 안의과(내과) 원장이라는 사실을 등대지기는 4년 전 제물포에 '등대 주임' 사령장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안의사는 세진과 진숙이 사랑하는 사이라 말한다. 놀란 등대지기는 진숙을 다그친다.
등대지기 : (날카롭게) 네가 그 학생을 정말 친동생같이 사랑했다면, 어째서 그걸 나한터 감춰왔나? / 진숙 : 여쭐려고 했지만….
안의사가 떠나고 세진이 찾아온다. 진숙이 보고 싶어서, 인천항에서 당진 가는 배를 잡아 타고 온 것이다. 세진의 설득에도 등대지기는 단호하다. 세진이 떠밀려 팔미도 앞을 지나가는 배를 잡아 섬을 뜨자, 등대지기는 진숙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진숙이 '비애와 괴롬을 품고 날아가는 제비떼(해연)'를 바라본다. 그리고 막이 내려간다.
함세덕은 '해연'에서 팔미도와 진숙을 동격으로 담아낸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어 인천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바다를 지키는 섬이다. 등대지기는 세진에게 '출생의 비밀'을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세진이 한 말을 들어보자.
세진 : 즐거울 때 외로울 때 내 눈앞에 떠오르는 건 이 섬과 등대와 푸른 바다와 자욱한 이 안개일 거에요. 그리구 그속엔 나를 보구싶어하구 걱정해주는 진숙씨가 언제든지 언제든지 저 달그림자처럼 어리구 있을거에요.
윤진현 박사는 "세진은 팔미도 공간을 인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진숙이는 남녀의 사랑을 맺지 못했지만 결국 인천항을 지키는 등대지기 처녀로서, 인천 바다를 지켜주는 어머니로서 남게 된다"고 해석했다.
김명래 problema@kyeongin.com 2014년 04월 17일 목요일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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