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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81회) 서울대 법대 학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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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4.11.28)
수능~진로 두려워 말고 “관심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하라”
1.이원우 인천고등학교 81회 서울대 법대 학장
“변별력 없이 치러진 올해 수능은 잘못됐다. 법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편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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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 법대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원우(51)학장의 말이다.
인천고 81회 졸업생인 이 학장은 지난 26일 30년 지기 후배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우리 사회의 현실 문제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명쾌하게 설명했다.
내년 고3이 되는 오정훈, 허승재, 이재훈, 이창열, 장동연 군 등 인천고 2학년 학생 5명이 모교 출신의 선배를 찾아 그들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이들 외에도 같은 학년의 교지 편집위 소속 송민호, 송우영 군이 함께했다.
이날 인터뷰는 사전 학교 측의 양해를 구해 또래 학생들의 질문을 취합, 대표 학생을 선정해 이뤄졌다.
-서울대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입니다. 장래 기계공학도를 꿈꾸고 있지만 1차 목표는 내년 수능시험을 잘 봐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교수님과 분야는 다르지만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덕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정훈)
▶대학은 과학적 연구를 위한 ‘학문 공동체’다. 주어진 정답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답을 찾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문제의식을 가진 여러 사람이 모여 협업(協業)을 하는 곳이다.
특히 연구를 하다 보면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도 받아들여야 하고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도 있다. 자기가 믿고 판단한 것이 옳다고 고집할 경우 아집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대학에서 인재를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도 남과 더불어 협업하고, 학문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인성을 갖췄느냐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그런 인재가 돼 줬으면 한다.
-최근 선배들이 수능시험을 봤습니다. 이제 저희도 내년 같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 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시험 볼 때 어떡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요. 비책(秘策) 좀 알려 주세요.(승재)
▶올해 수능 문제는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없다고 들었다.
또 오류 문항에 대한 복수 정답이 인정돼 3천여 명의 수험생 등급이 오를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 시험문제 한두 개로 등급이 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더욱이 공부하는 학생에게 실수는 배움의 과정이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자꾸 잊어버려야 자기 것이 되듯이, 실수를 통해 앎이 축적되는 것이다.
비책은 없다. 같은 문제를 여러 번 실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법조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법을 알고도 잘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아니면 법이 미치는 영향력이 적기 때문일까요.(재훈)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 뉴욕은 범죄가 많은 도시였다. 당시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도심의 낙서부터 지우는 시책을 펼쳤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 안에 물건을 놓아 두면 도난당하기 쉽다는 범죄심리학(깨진 유리창 이론)을 시정에 반영한 것이다. 이후 뉴욕시의 범죄율이 4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선장 개인의 잘못으로 여러분 또래의 수많은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이한 생각이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법을 준수할 때 얻는 실익보다 법을 지키지 않아 잃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 느끼는 사회풍토다.
더욱이 우리 법은 큰 사건이 발생할 때면 여론에 떠밀려 범죄자의 형량을 높이는 데만 급급했다. 아무리 형량을 높여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교통법규처럼 누구나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아직도 입시 비리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습니다. 또 ‘낙하산’이니 ‘관피아’니 하는 뉴스를 접할 때, 열심히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 대학이 학문 공동체보다 ‘학연’이란 든든한 백그라운드는 아닌지 궁금합니다.(창열)
▶우리나라에서는 장·차관 등 정부 요직의 인사를 소개할 때면 항상 출신학교와 태어난 곳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그 사람의 능력보다 ‘학연’이나 ‘지연’이 우선시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핵심층이라 할 수 있는 ‘이너서클(Inner circle)’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디 출신인지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능력보다 중시된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처럼 ‘유착 비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도 입법 로비로 몇몇 국회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줄 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도 편가르기식 정파주의와 진영논리에 휘말려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배트맨을 보면 범죄가 판치는 고담시가 필요로 한 것은 법질서보다 영웅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유독 우리 사회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언론에서는 예견된 인재였다고들 합니다. 정말 이 사회는 잘 만들어진 법보다 정의로운 영웅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동연)
▶배트맨 같은 영웅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가치 지향점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올바른 사고와 행동이 제도를 통해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여러분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올바른 제도를 잘 운영할 인재다.
-수학이 가장 어렵습니다. 선배는 어떠셨습니까. 학창시절 여자친구는 없었는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재훈·동연·창열)
▶수학은 항상 자신있었다. 자랑 같지만 고교 3년 동안 수학시험에서 항상 100점을 받았던 것 같다. 법학도 일종의 개념수학이라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교 시절 배운 수학이 현실에 어떻게 쓰일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방정식을 통해 정답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로스쿨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곳 로스쿨에 입학할 정도면 나름 ‘공부의 신’이라 불렸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법학에 흥미를 갖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고3 학력고사를 코앞에 두고 이성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땐 온통 그 아이 생각뿐이어서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용기를 내 고백한 뒤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이후 연애담은 졸업 후 선배와 술자리 한 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얘기해 주겠다.)
뭐든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인터넷)<SPAN style="BACKGROUND: #ffffff; FONT-SIZE: 12pt; mso-f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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