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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택(56회)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애장도서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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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8. 3)
제후~농민, 역사 일군 사람의 이야기
7.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사마천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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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인천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을 기념해 기호일보사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사업으로 진행하는 ‘인천시민과 명사가 함께하는 애장 도서전’ 일곱 번째 명사로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지용택(78)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인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원로이자 ‘어른’이다.
지 이사장은 근로자 자녀를 위한 ‘새얼장학회’ 설립(1975년)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문화발전’이라는 기치로 지난 1983년 ‘새얼문화재단’을 설립해 인천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켜온 지 올해로 33년째다. 그는 강연회 등을 통해 인천의 가치를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의 ‘해불양수(海不讓水)’라고 강조한다.
또 인천은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특성상 토박이들의 마음 씀씀이 역시 화해와 조화로움을 간직한 곳이라고 표현한다.
지 이사장에게 인천 토박이는 물론 인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인천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사는 모두가 ‘인천 사람’으로, 시민 한명 한명이 노력해서 힘 있는 인천, 힘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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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장서(傳世藏書)」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지 이사장은 자신의 애장도서로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역사서로 평가받는 사마천의 「사기」를 추천했다.
지 이사장이 소장하고 있는 사기는 조금 특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기」라는 단독본이 아닌 책의 제목에 「전세장서(傳世藏書)」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전세장서는 1949년 10월 중국 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의 학자들이 총동원돼 수천 년간 전해져 내려온 각 분야의 고전들을 정리한 책으로, 국내에는 소장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30여 권에 달하는 이 장서의 서문에는 ‘직업도, 연령도, 분야도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많은 시간을 공들여 작업을 함께했는데, 참으로 미친 사람들이다’라는 글로 의미를 담고 있다. 전세장서의 첫 번째 장을 여는 책이 바로 사기다.
그만큼 「사기는」 중국에서도 가장 귀하게 여기는, 그야말로 중국인의 애장도서라 할 수 있다.
지 이사장은 「사기」가 담긴 「전세장서」를 지인에게서 선물 받았다.
책 얘기로 들어가 보자.
사마천(司馬遷)은 기원전 140~110년 한(漢)나라 때 태사령(太史令)을 지낸 사마담(司馬談)의 아들이다. 태사령이란 천문 관측과 국가 대사 및 조정 의례를 기록하는 관료다. 사마천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사령이 됐다.
사마천은 역사서를 쓰고 싶었던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잇기 위해 중국 역사서 집필에 나섰다.
"사마천은 굴곡진 인생을 산 인물이기도 하지요. 아버지가 떠난 뒤 역사서를 완성하기 전 이릉(李陵)이란 장군을 감싸주다 무제의 뜻을 거스르게 돼 처형 위기를 맞습니다. 결국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사마천은 처형 대신 사내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궁형(宮刑)을 받게 되는데, 돈이 없어 그런 것도 있지만 결국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고 스스로 고백합니다."
「사기(史記)」는 황제(黃帝) 때부터 한 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약 3천 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본기(本紀)·세가(世家)·열전(列傳)·서(書)·표(表)의 5개 부분으로 나뉘며, 모두 130여 편에 달한다.
본기·세가·열전은 제왕과 군주 등의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서는 문물제도·천문역법·사회경제 생활에 대한 기술했고, 표는 역사적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작성했다.
"사기는 역사를 기록할 때 사료를 철저하게 인용했어요. 이 때문에 2세기 이전은 물론 이제껏 기록된 사서로서 가장 권위 있고 방대한 역사서로 평가받고 있지요. 또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건에 사마천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평가하는 대범함과 파격을 담았어요. 어떻게 그 시절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 두고두고 곱씹어 봐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후들의 기록, 30세가(世家)의 반열에 오른 공자와 진섭(陳涉)
제왕들의 이야기인 본기(本紀)에 이어 제왕으로부터 영토를 받아 독립적으로 제후국을 이룬 군주들의 가계와 역사에 관한 기록인 세가(世家)는 모두 30여 편으로 돼 있다. 특이한 것은 군주가 아닌 일반인을 세가의 반열에 올린 점이다.
지 이사장은 세가 중에서도 평민 또는 농민이면서 당당히 세가에 오른 공자와 진섭의 이야기를 주시했다.
"공자야 워낙 유가 사상의 시조로 추앙받는 인물이라 그렇다 쳐도 농민 출신의 진섭을 세가에 넣은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요. 진섭이 누구냐 하면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시황의 진나라에 반기를 든 농민 봉기군입니다. 사마천은 이 진섭을 진나라가 정도를 잃자 세상에 나타난 위인으로 추켜세웠습니다. 가히 사마천이 얼마나 큰 대범함을 갖췄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서지만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 이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지 이사장은 사기가 딱딱한 역사서이기보다는 오히려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책에 더 가깝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마천은 역사란 인간이 만드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왕뿐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삶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여겼습니다.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만을 기록하기보다는 인물에 대한 평가도 함께 기록한 거지요. 그렇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사마천의 역사관과 세계관, 인간관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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